1️⃣ 작가 시리즈: 화백 이우환 – 1편

출처: 채널예스 / Photo: Lee Ufan Arles
대한민국의 거장, 이우환 화백에 대해 아시나요? 이우환은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이자, 일본에서 ‘모노하’ 예술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화가입니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형태적 아름다움을 넘어 철학, 사유, 만남, 그리고 관계라는 개념을 깊이 탐구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왔습니다.
이번 칼럼은 이우환 시리즈를 여는 첫 번째 장으로, 그의 어린 시절부터 대한민국 거장이 되기까지의 성장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학문적 고민과 진로에 대한 방황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간 그의 발자취를 프랩과 함께 따라가 볼까요?
철학을 품은 유년 시절: 예술의 씨앗

출처: 부산시립미술관
1936년 경상남도 함안군에서 태어난 이우환은 부산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는 서울대학교 미술학부에 합격해 대학 생활을 위해 상경했어요. 입학 이후, 그의 기대와는 달랐던 전통적 미술 교육 방식에 회의를 느낀 그는 한국을 떠나 니혼 대학 철학과에 편입하기로 했습니다. 철학적 탐구를 강조했던 이 시기에 이우환은 서양 철학과 문학에 심취했고, ‘하이데거’, ‘니시다 키타로’와 같은 사상가들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어요.
그는 특히 ‘존재’와 ‘만남’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철학과 예술을 연결 지으려 했습니다. 독창적인 사유와 철학은 이후 그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핵심적인 축이 되었으며, 예술적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죠.
물질과 만남의 세계: 모노하
일본 유학 시절, 이우환은 ‘모노하(もの派)’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언어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노하’는 소재의 물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예술 흐름으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사물 간의 관계와 존재 자체를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둔 미술 운동입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대량 생산과 소비로 상징되는 가치관과 상반되는 철학을 지녔죠.

출처: Style조선일보
모노하는 이우환의 예술 철학과도 깊이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는 사물과 사물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과 균형, 관계를 조형 언어로 풀어내며, 이를 자신만의 예술 세계로 발전시켰어요. 이 과정에서 탄생한 그의 대표작 ‘관계항’ 시리즈는 각 사물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서로 긴밀히 연결된 상태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는 이우환 작품 세계의 철학적 토대이자, 그의 예술적 사유와 성찰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우환에게 모노하는 단순한 예술 흐름이 아니라, 사물과 인간, 그리고 사물 간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관계성을 창조하는 실험의 장이었던 셈이죠.
반복 속의 차이: 점과 선의 미학
1970년대, 이우환의 예술은 점과 선으로 구성된 연작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는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행위 속에서 점과 선의 개별성을 탐구하며, 단순한 반복이 아닌 ‘반복 속의 차이’를 강조했어요.
‘선으로부터’ 연작은 붓질을 통해 인간의 방향성과 리듬을 드러낸 작품입니다. 그는 각 선과 점을 독립적인 존재로 보며, 이들이 이루는 조화를 통해 개별적이고도 공존하는 관계를 추구했어요. 이러한 작품들은 단조로운 반복성을 넘어, 반복을 통해 차이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예술적 사유를 확장했습니다.
소리와 울림의 공간: 여백

출처: ARTFORUM / Photo: David Heald
1980년대에 접어들며, 이우환은 여백과 공간성을 보다 심화하며 ‘응답’이라는 개념을 작품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예술적 행위를 고립된 결과가 아닌 재료, 도구, 공간과의 연속적 상호작용 과정으로 보았어요.
작품에서 여백은 단순한 공백이 아닌, 사유와 감각, 소통의 장으로 나타납니다. 그는 자신이 남긴 흔적과 외부 환경이 서로 관계하고 울림으로 연결되는 열린 구조를 탐구했어요. 이를 두고 그는 “나는 이것을 여백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여백은 관계와 대화를 가능케 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여백은 곧 그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완성이었던 거죠.
시대를 초월한 예술의 철학자: 이우환
현대미술사 속에서 이우환은 단순히 예술을 실험한 작가를 넘어, 철학적 깊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사물과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재정립한 예술 철학자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작품은 관념적 사유와 물질적 존재 사이의 긴장과 조화를 보여주며, 현대인들에게 존재와 생태, 만남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하죠.
이번 칼럼은 이우환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작가 시리즈의 첫 번째 장이었어요. 두 번째 장에서는 그가 ‘점’ 하나로 말하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우환의 깊이 있는 예술 세계,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